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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럽인권재판소, 난민 태운 르완다행 영국 군용기 멈춰 세웠다

등록 2022-06-15 15:48수정 2022-06-16 02:42

영국, 르완다에 개발원조 약속한 뒤 30여명 이송 계획
보트 타고 건너온 불법 이주민 등 난민 신청자로 추정
국제 기구 “반인권적” “선례 만들면 안 돼” 경고
13일(현지시각) 영국 고등법원은 영국 내무부가 난민과 불법 이주민을 영국에서 르완다로 내보내는 정책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날 영국 고등법원 앞에서 이번 계획이 ‘불법적 추방’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영국 고등법원은 영국 내무부가 난민과 불법 이주민을 영국에서 르완다로 내보내는 정책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날 영국 고등법원 앞에서 이번 계획이 ‘불법적 추방’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EPA 연합뉴스

난민 신청자와 불법 이주민을 비행기에 태워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려던 영국 정부의 계획이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금지 명령으로 일단 멈추게 됐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의 난민 이송 계획에 대해 “(관련자들에게) 불가역적인 피해를 줄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며 비행기의 이륙을 금지시키는 ‘임시 긴급조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유럽인권재판소의 긴급조치로 영국 남서쪽 윌트셔 지역의 보스콤비 다운(Boscombe Down) 공군기지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군용기가 멈춰섰다. 르완다로 가는 난민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군용기는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승무원 등이 탑승해 막 이륙하기 직전이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2개월 전부터 불법으로 자국에 들어온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그곳에서 난민 심사를 받게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영국해협을 건너온 불법 이주민 약 30명이 이 정책의 대상자가 됐다. 영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르완다에 약 1억2천만 파운드(약 1865억원) 규모의 개발 원조를 하기로 약속했다. 영국에서 처음 실시되는 이 정책에 영국 인권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3일 영국 고등법원은 이 정책이 위법하지 않다며 영국 정부에 손을 들어줬다. 영국의 불법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는 최근 크게 늘어 지난해에만 2만8500명 이상이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도착했음이 공식 집계로 확인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4일 영국 남서쪽 윌트셔주 보스콤비 다운 공군기지 주변에서 르완다로 가는 난민을 실은 군용기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14일 영국 남서쪽 윌트셔주 보스콤비 다운 공군기지 주변에서 르완다로 가는 난민을 실은 군용기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인권재판소의 긴급조치 결정에 영국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이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비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은 영국 언론에 “오늘 비행기가 출발할 수 없게 되어 실망스럽다. 국내 법정의 합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럽인권재판소의 개입은 매우 놀랍다”면서 “우리 법무 담당자들은 이 비행에 대해 내려진 모든 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비행에 대한 준비를 지금 시작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영국의 인권단체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13일 인권 운동가들은 이날 영국 고등법원 앞에서 “우리는 모든 난민을 환영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계획이 ‘불법적 추방’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엔베르 솔로몬 영국 난민협의회 대표는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이번 계획의 비인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역시 이 정책을 ‘대참사’라고 규정하고 영국 정부에 시행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난민을 박해받기 쉬운 나라로 강제 송환하는 행위는 현재 국제법상 불법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르완다가 이런 계획을 처리할 능력이 없으며, 계획이 시행되면 상당수의 이민자들이 자신이 탈출한 본국으로 송환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 대표는 “이런 선례를 만든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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