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2021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석탄발전소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흡연이나 음주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카고대학 에너지정책연구소는 14일(현지시각) 공개한 2022년 ‘대기질과 삶의 지수’(AQLI) 보고서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맞춰 줄이면 세계 인구의 평균 기대수명을 2.2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9월 초미세먼지(PM2.5)의 위험에 대한 분명한 과학적 증거가 확인됐다며, 허용기준치를 ㎥당 연평균 10㎍에서 5㎍으로 낮췄다. ㎍은 100만g을 나타내는 단위이며,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2.5㎍ 이하인 미세먼지를 말한다.
담배를 피우면 평균 기대수명이 1.9년 줄어들고, 음주는 여덟 달, 더러운 식수 등 보건위생 부족은 일곱 달, 테러는 9일 평균 기대수명을 단축한다. 미세먼지가 담배보다 더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은 무차별적이란 특성 때문에 더 위험하다. 담배나 음주 등은 개인적인 노력으로 피해를 줄일 여지가 있지만 미세먼지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피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뇌졸중과 심장 질환, 허파암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보고서는 2020년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약 97%가 세계보건기구의 초미세먼지 허용기준치보다 더 열악한 대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심각한 지역과 나라로는 남아시아와 방글라데시가 꼽혔다. 현재와 같은 대기오염이 지속한다면 이 지역 인구의 평균 기대수명은 5년 남짓 단축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인 5㎍/㎥를 충족하는 나라는 그린란드(0.9㎍/㎥)와 아이슬란드(2.1㎍/㎥)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 국가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보건기구 허용치를 웃돌았다. 북미와 유럽의 대기질이 비교적 좋아 미국이 7.1㎍/㎥, 노르웨이 3.8㎍/㎥, 영국 7.2㎍/㎥ 독일 8.0㎍/㎥ 등이었다.
한국은 연평균 20.3㎍/㎥로 대기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축에 속했다. 미세먼지를 세계보건기구 기준 이하로 줄이면 평균 기대수명이 1.5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북한은 20.6㎍/㎥, 일본은 10.3㎍/㎥, 대만이 14.5㎍/㎥이었다. 중국은 31.6㎍/㎥로 동북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기 정책에 대해선 ‘성공 사례’라 꼽았다. 보고서는 중국이 2013년 52.4㎍/㎥를 기록하며 최악의 오염을 겪은 뒤 석탄발전소 신규 투자 중단 등 강력한 오염원 억제정책 등을 도입해 초미세먼지를 7년 만에 39.6% 줄였다고 지적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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