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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국제수영연맹, 트랜스 여성 참가 자격 강화…‘포용’ 아닌 “차별”

등록 2022-06-21 15:51수정 2022-06-21 17:15

12살 이후 성전환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대회 불허
“신체적 이점, 불공정해”vs“데이터 부족해, 신중해야”
지난 3월 17일(현지시각) 미국대학스포츠협회 여자 수영 자유형 500m에서 우승한 트랜스젠더 선수 리아 토머스(펜실베니아대).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지난 3월 17일(현지시각) 미국대학스포츠협회 여자 수영 자유형 500m에서 우승한 트랜스젠더 선수 리아 토머스(펜실베니아대).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운동선수가 여성부 시합에 참여하는 일은 정당할까. 트랜스젠더 선수만을 위한 종목을 신설한다면 답이 될까. 올해 초부터 수영계를 중심으로 떠오른 이 복잡한 질문에 국제수영연맹(FINA)이 성별 사이 벽을 더 공고하게 쌓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공정과 포용을 둘러싼 국제 스포츠계의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20일(한국시각) “국제수영연맹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새로운 ‘젠더 포용 정책’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포용(inclusion)이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이번 결정안은 12살을 넘겨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성 시합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이들을 위한 ‘공개경쟁 부문’ 신설을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임스 피어스 국제수영연맹 대변인은 <에이피>를 통해 “이번 결정은 12살이 되기 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으라고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과학자들이 지적했듯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성숙기 이후에 성을 전환한 선수는 신체적 이점을 갖게 되고 이는 불공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어스 대변인은 현재 엘리트 대회에서 출전 중인 트랜스젠더 선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제수영연맹의 새 정책은 사실상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최근 세계 트랜스젠더 건강 전문가 협회(WPATH)가 조정한 호르몬 대체요법 시작 권고 연령은 14살이다. 12살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결정은 집행위원 152명이 세 전문가 집단(운동선수·의사와 과학자·인권법률가)의 발표를 듣고 의결권을 행사해 71% 찬성으로 채택됐다.

수영계에서 트랜스젠더 논쟁이 급부상한 건 지난 3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수영 대회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m) 경기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가 우승하면서부터다. 당시 토머스는 <이에스피엔>(ESPN)과 한 인터뷰에서 “여성대회에 참가하는 트랜스여성이 여성 스포츠 전체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 트랜스여성은 전체 운동선수 중 극소수다”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주별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법률이 발의되는 등 실제 정치적 제재로 이어졌다. 얼마 뒤 3월31일에는 국제사이클연맹(UCI)이 영국의 트랜스젠더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리지스의 출전을 가로막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국제사이클연맹은 성전환 선수의 출전 기준인 테스토스테론 수치 규제치를 높이고 유지 기간을 늘렸다.

리아 토머스의 출전을 반대하며 수영장을 찾아 반대 집회를 벌인 미국 시민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리아 토머스의 출전을 반대하며 수영장을 찾아 반대 집회를 벌인 미국 시민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국제수영연맹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경쟁 부문을 신설하기로 하고 향후 6개월간 전담팀을 꾸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성소수자(LGBTQ) 선수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애슬리트 앨리는 수영연맹 결정 직후 성명을 통해 “새로운 자격 기준은 차별적이고 비과학적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어떤 선수도 성적인 변화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시합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득을 누릴 것이라고 간주하여서는 안 되고 이를 근거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라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내놓았다. 아직 확실하게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별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슬리트 앨리 성명서 작성자이자 스포츠 과학자인 조아나 하퍼는 지난 5월 <비비시>(BBC)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트랜스젠더의 육체적 이점에 대해) 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확실한 답을 얻을 때까지 현 데이터에 근거해 최선의 기준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테스토스테론 기준치를 충족하면 출전 자격을 주는 국제육상연맹을 예로 들면서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현재 가용한 과학에 기초해 합리적 접근을 한 것”이라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 과학자 로스 터커는 하퍼와 함께한 방송에서 “남자는 13∼14살이 되면 근육량과 골밀도가 높아지고 심장과 폐, 헤모글로빈 수치 등이 변한다. 이 모든 변화는 (운동 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테스토스테론을 낮춘다고 해도 완전하진 않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지침안이 “과학적으로 잘못된 가이드라인을 따랐고 스포츠계는 지속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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