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가담 조직원이 29일(현지시각)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정을 스케치한 그림. 파리/AFP 연합뉴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30명을 숨지게 한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공격에 가담했다가 유일하게 생포된 조직원이 29일(현지시각)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법원은 이날 2015년 11월 13일 파리 바타클랑 극장 등에서 벌어진 동시 다발 테러에 가담했던 모로코계 프랑스인 살라 압데슬람(32)에 대해 테러와 살인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는 프랑스 법정 최고형이며 수감 뒤 30년이 지나야 가석방이 가능하다. 1994년 이 종신형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실제로 종신형이 선고된 사건은 4건에 불과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테러에 가담했던 이슬람국가 조직원 대부분은 자폭하거나 진압 과정에서 사살됐으며, 압데슬람은 테러 직전 자살 공격용 폭탄조끼를 버리고 자신이 살던 벨기에 브뤼셀로 돌아갔다가 2016년 3월 붙잡혔다.
압데슬람은 재판 초기 자신이 이슬람국가 전사라고 밝히고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였으나 나중에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폭탄조끼를 버리고 도망간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가 착용했던 폭탄조끼가 작동되지 않았던 점 등을 볼 때 테러 포기 동기가 의심스럽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슬람국가 조직원들은 10개 공격조를 구성해 파리 바타클랑 극장과 시내의 술집과 식당, 생드니의 국립경기장 등을 동시에 공격했다. 이들은 미국 록밴드의 공연이 벌어지던 바타클랑 극장에 난입해 관중들에게 총을 쏜 뒤 일부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 극장에서만 9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테러 직후부터 6년에 걸쳐 사건을 조사했으며, 지난해 9월 혐의자 20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특별히 마련된 법정에는 테러 피해자 등 수백명이 참석해 선고를 지켜봤다. 테러 생존자인 소피는 <아에프페>에 “형량이 상당히 무겁다. 안도감을 많이 느낀다. 10개월의 재판 과정은 우리가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바타클랑 피해자단체 대표 아르투 데누보는 “판결이 공정하다. (하지만) 상처가 모두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테러 계획을 돕거나 물자를 지원한 피고인 19명에게도 2년형부터 최소 22년 징역의 종신형까지 선고했다. 20명의 피고 가운데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이는 14명이며 나머지는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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