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슬로비얀스크의 중앙시장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슬로비얀스크/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를 점령한 이후 인근 도네츠크주 북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정부 당국이 35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했다. 러시아는 기업들에 군수품 공급을 강제하고 군수 업체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파블로 키릴렌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주 북부 지역에 아직 남아 있는 주민 35만명에게 대피를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키릴린코 주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전체 나라의 운명이 도네츠크에 달렸다”며 “주민들이 (이 지역에) 적어야, 우리가 적군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릴렌코 주지사는 또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서 안전한 지역이 아무 곳도 없다”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인구 밀집 지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테러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군이 슬로비얀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를 집중 폭격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지난 3일 러시아군에 점령한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후퇴한 우크라이나군이 집결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고 있다. 바딤 랴흐 슬로비얀스크 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도심의 중앙시장과 일부 주거 지역을 폭격해 적어도 한 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서부 흑해 연안 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군이 오데사주의 항구 도시 오차키우와 체르노모르스크에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공중에서 파괴시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주와 오데사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미콜라이우에도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오데사주와 미콜라이우주는 흑해 연안 중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이날 기업들에게 군수품 공급을 의무화하는 ‘특별 경제 조처’를 담은 법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등이 전했다. 하원은 군수품 납품 업체의 노동자에게 야근과 휴일 근무를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 논의도 동시에 시작했다.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방위산업의 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무기와 탄약 공급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군산복합체와 기업들의 작업 최적화가 필수적”이라고 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서방이 러시아 국경 주변에 군을 집결시키고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늘리고 있어 이 법안 통과의 중요성이 아주 크다”고 덧붙였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테러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