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국립 교육대학에서 6일(현지시각) 구조대원이 잔해 더미를 조사하고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점령 이후 최대 교전지가 되고 있는 도네츠크주 북부 슬로비얀스크를 둘러싼 공방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는 군사작전의 목표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임을 암시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이외 지역 점령 시도를 계속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러시아군은 6일(현지시각) 슬로비얀스크 도시 북쪽 16㎞까지 진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슬로비얀스크 점령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인근 지역을 집중 폭격했으며, 자국 군이 러시아군의 진격 시도를 격퇴시켰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 도시 동쪽과 서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도시 북쪽 16㎞ 지점까지 진출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북부 방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카르히우주 이줌과 도네츠크간 주요 도로 장악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루한스크주가 아직 완전히 점령당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경계 지역에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에는 각각 주민이 1만5천명, 8천명 남아 있다며 “이날 리시찬스크에서 찍어 공개한 영상을 보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전쟁 전 두 도시 인구가 각각 10만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한달 이상 지속된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사실상 폐허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돈바스 북서쪽 하르키우의 대학을 폭격해 파괴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도시의 국립 교육대학 본부 건물, 강의실, 도서관 등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폭격으로 경비원 한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한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는 공격 목표가 우크라이나를 중립화하는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5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열린 국가안보 관련 모임에서 ‘특수 군사작전’의 목표가 신나치 정권의 학살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비무장화·탈나치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서방이 치명적인 무기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이런 목표는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그가 공개 발언을 통해 푸틴과 다른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러시아의 목표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임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점령을 완료하더라도, 공격 범위를 확대해 점령지를 최대한 늘리려 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