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에서 러시아 관료와 대화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미-러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 협정(뉴스타트)’에 따라 해오던 미국의 자국 내 핵무기 사찰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8일(현지시각)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에 따라 이뤄지던 미국의 자국 내 핵무기 사찰을 일시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다고 9일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화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전문가들이 미국 내 핵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의해 부과된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제재, 비자 제한 등 기타 여러 장애로 인해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 핵시설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이 상황에서 미국의 사찰이 지속되는 것은 미국에만 일방적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러시아와 미국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에 따른 미국의 사찰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 협정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문제가 해결된 후에 사찰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문제가 해결된 뒤 우리는 검사활동의 금지를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은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에 체결한 양국간 핵 통제 조약이다. 2021년 2월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5년 연장하기로 합의해 2026년 2월5일까지 효력이 지속된다. 협정 내용은 양국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 폭격기 등도 700기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를 준수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상호 현장 검증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핵 확산 방지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의미 있고 상호적인 군비 제한에 달려있다. 우리 정부는 2026년에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을 대체할 새 무기 통제 체계를 신속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 그러나 협상은 선의의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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