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이 2020년 2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AFP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나면 인류의 3분의 2가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발간된 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 내용을 보면, 두 강대국 사이의 핵전쟁은 핵폭발로 생겨나는 대규모 재와 그을음이 햇빛을 막아 곡물의 성장을 방해해 심각한 먹을 것 부족 사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자들은 핵공격의 화염과 연기, 재, 그을음을 퍼뜨릴 바람의 패턴을 살펴보고 이들 연기와 재가 미국과 중국과 같은 주요 곡물 생산지의 하늘을 얼마나 뒤덮을지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햇빛이 심각하게 차단돼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4년 안에 전세계적으로 동물과 어류, 곡물 수확이 90% 줄어들게 되고 50억명이 아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나라의 비교적 소규모 핵충돌도 식량 공급망에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규모 핵전쟁으로도 전세계 식량생산은 5년 안에 7% 줄어들고 25억명 이상이 숨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핵폭발 그 자체보다 식량공급의 문제가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논문 공저자인 기후학자 앨런 로복은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핵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류는 이미 기후변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코로나19 감염병 등으로 원활한 식량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3억4500만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2억명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와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은 밀과 닭의 수출을 제한하는 등 식량안보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이 아무리 소규모라 하더라도, 이런 식량 불안정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구실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유엔에선 1970년 발표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군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평가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191개국이 참여하는 이 회의는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2년 연기됐다. 26일까지 회의를 해 핵군축의 목표와 행동계획을 담은 최종 문서를 내놓아야 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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