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왼쪽부터)이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르비우/AP 연합뉴스
유엔 사무총장과 우크라이나·튀르키예(터키) 정상이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서 만났으나,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 등 핵심 의제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 6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관련된 현안들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진전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 뒤 국제 사회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자신이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다시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가 ‘중재자이자 사태 해결 촉진자’로 행동할 것임을 강조하고 “이 전쟁은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끝내게 될 것임을 여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점검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파견 준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원전에서 철수하고 사찰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원전 주변을 비무장지대로 만들자고 거듭 제안했다. 러시아는 군인들을 원전에서 철수시키면 원전이 위험해진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찰단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또 다른 의제인 곡물 수출 확대에 대해서도 눈길을 끌 만한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확대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를 통한 곡물 수출 성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 조처가 사람들이 빵집과 시장에서 접하는 일상 생활(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은 이날도 북동부 하르키우, 크림반도 등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연일 러시아군의 폭격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이날 새벽에도 17명의 민간인이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하르키우 내 외국인 전사들의 임시 거처를 정밀한 무기로 공격해 9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쪽은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9일 이후 여러 차례 러시아군 시설에서 폭발이 발생한 크림반도에서는 이날도 최대 도시인 세바스토폴 인근 군 기지에서 적어도 4건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에는 한밤중에 로켓으로 보이는 물체가 하늘로 발사되는 영상이 공개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초기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격추했으며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동쪽 끝 해안 도시 케르치에서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의 벨고로드에서도 이날 무기고에서 불이 났다고 지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온라인에는 폭발음이 잇따라 들리는 가운데 주황색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영상이 올라왔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북동쪽으로 80㎞ 정도 떨어진 벨고로드에서는 그동안도 간간이 군 시설이 공격을 당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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