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력 총리 후보인 극우 성향의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 AP 연합뉴스
유력한 이탈리아 차기 총리 후보인 극우 성향 정치인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Fdl) 대표가 다음달 25일 열리는 조기 총선 선거 운동을 위해 성폭력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일 피아첸차> 등 현지 언론들은 멜로니 대표가 성폭행 영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멜로니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시에서 발생한 이주자 성폭행 사건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했다. 이 영상은 지난 20일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망명 신청자가 피아첸차시 거리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살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을 누군가가 건물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된 영상에는 피해자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사건 당시 참혹한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이탈리아 언론 <일 메사게로>가 확보해 인터넷에 게재한 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한 멜로니는 “피아첸차에서 대낮에 벌어진 끔찍한 성폭력 사건 앞에서 침묵을 지킬 수 없다”며 “이 여성을 안아주자. 나는 우리 도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멜로니 대표의 행동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피아첸차 지역 일간지 <일 피아첸차>는 “정치인 멜로니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며 “(멜로니의 트윗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며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멜로니 대표의 트위터 계정에는 문제 영상이 삭제된 상태다.
카티아 타라스코니 피아첸차 시장은 “여성이 비겁한 범죄자에게 공격당했다는 사실이 오싹하다. 그러나 범죄자의 국적이 착취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도좌파 민주당(PD)의 대표인 엔리코 레타는 “선거용으로 성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외설적”이라며 “사람과 피해자를 존중하는 것이 항상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소말리아 출신의 이탈리아 작가 이가바 스케고는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되는 대신 클릭용 미끼로 제공됐다. (멜로니의) 이번 선거 캠페인은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29일 이탈리아 마체라타주에서 발생한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이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 총선에서 이주민 정책이 핵심 의제로 떠오른 상태다.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 이주민을 막기 위한 해상 봉쇄를 주장해온 멜로니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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