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각) 수도 키이우에서 한 주민이 거리에 전시된 러시아군 탱크들을 바라보고 있다. 키이우/UPI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을 맞은 24일(현지시각) 우려되던 러시아의 대규모 도발은 없었지만, 중부 지역의 기차역 등이 폭격을 당해 22명이 숨졌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작은 마을인 차플리네가 폭격을 당해 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격을 당한 차플리네는 동부 주요 전투 지역에서 서쪽으로 150㎞ 정도 떨어진 인구 3500명의 마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차플리네는 오늘 우리의 고통이다. 현재까지 2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이날 차플리네를 두번 폭격했다고 설명했다. 첫번째 포격으로 민가 한 채가 파괴되면서 11살 짜리 어린이가 숨졌고 이후 기차역이 공격을 당하면서 열차 4량에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독립기념일인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적어도 7번의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등 우크라이나 전역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가능성에 긴장했으나, 우려되던 대규모 공격은 없었다. 대규모 행사가 금지된 가운데 키이우에서는 시민들이 광장에 전시된 러시아 탱크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등 조용하게 독립기념일을 보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습과 포격이 이날도 온나라에서 계속됐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수도 키이우와 주요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서부 지역 흐멜니츠키의 지역 정부는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 여러 발이 이 지역에 떨어졌다고 밝혔고, 인근 빈니차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드론을 격추시켰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명 피해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은 이날도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한 화상 연설에서 세계의 미래가 러시아의 ‘광적인 침략’에 맞서는 전쟁에 달려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독립 유지가 전세계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를 멈추지 못하면 “러시아 학살자들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에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29억8천만달러(약 3조96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모두 106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으며, 이날 지원 방안은 단일 지원 규모로는 최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서 “이번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는 장기적으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대공 방어 시스템, 포격 시스템, 드론 등 다수의 무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드론 2천대 등 모두 6350만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쪽은 이날도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국의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바실린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자국군의 ‘특수 작전’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탈나치화’와 ‘비무장화’에 필요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피해를 회피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세가 늦춰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의도적인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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