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유혈 충돌이 발생한 뒤 소강 상태에 접어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28일 시민들이 피해를 점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두 정파 간에 벌어진 총격전이 사상자 200여명을 내고 사흘만에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긴장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휴전 2년여 만에 전면전이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은 리비아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최악의 유혈사태가 잠잠해지며 이날부터 평온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현지 상황을 전하는 보도를 보면, 28일 일부 상점이 문을 열었고 항공기 운항도 재개됐다. 하지만 트리폴리 시내에는 소방관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여전히 화재를 진압하고 있으며, 화재에 까맣게 탄 자동차와 건물들도 시내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 후 돌아온 시민들은 피해를 점검하며 탄약 잔해와 깨진 유리를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리비아 보건당국은 이날 무력 충돌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159명 이상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충돌이 일어난 일대에는 거주민 64가구가 급히 대피했다. 총격전으로 병원 6곳이 파손돼 사상자 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당국은 덧붙였다. 리비아 현지 언론들은 이번 충돌로 리비아 배우 무스타파 바카라가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혈 충돌은 현재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전면전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시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시민들이 더 큰 충돌이 재개될 것이란 두려움을 잠시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유혈 충돌은 2011년 초 ‘아랍의 봄’ 이후 10년 이상의 혼란과 분쟁을 이어온 두 정파가 통치권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다 촉발됐다.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가 축출된 뒤 무정부 상태가 지속된 리비아에선 2014년부터 동부와 서부 정파간 갈등이 극심해졌다. 현재 리비아는 유엔(UN)과 서방 국가들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U)의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임시총리 쪽과 동부 유전을 점령하고 있는 리비아국민군(LNA)의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사이의 갈등으로 국가가 사실상 동서로 양분된 상태다.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2019∼2020년 수도 장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유엔 중재로 휴전이 이뤄진 상태다. 장기화 되고 있는 내전으로 지금까지 약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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