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진행된 지난달 9일, 윌리엄 루토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케냐 나이로비의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케냐 대법원이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윌리엄 루토 후보자의 당선을 확정했다.
5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7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케냐 대법원은 이날 경쟁후보 라일라 오딩가 등이 제기한 부정 선거 의혹을 일축하고 만장일치로 윌리엄 루토 후보의 당선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오딩가 후보 쪽이 주장한 전산 시스템의 오류와 투개표 과장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루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마타 쿠메 대법원장은 “증거로 제출된 (컴퓨터) 로그 중 일부는 2017년 선거에서 발생한 로그에서 나온 것이거나 완전히 위조된 것”이라며 투표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일부 진술을 기각했다. 이로써 루토 후보는 13일 케냐의 제5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달 9일 치러진 케냐 대선은 평민 출신의 사업가 윌리엄 루토 현 부통령(55)과 다섯 차례 대통령직에 도전한 민주화 운동가이자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77)가 맞붙은 접전이었다. 와풀라 체부카티 선관위원장은 지난 15일 루토 후보가 50.49%의 득표율로 48.85%를 득표한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닭고기 판매업자였던 평민 출신의 루토 부통령이 케냐 초대 부통령의 아들이자 지난 25년간 다섯차례 대선에 출마한 오딩가 후보를 꺾은 것이다. 하지만, 오딩가 후보는 선거 관리 시스템의 오류 등을 문제 삼으며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 직후, 오딩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판결에 동의하진 않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케냐에서 지난 2007년과 2017년 발생한 선거 부정이 재현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완화시킨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딩가 지지자과 반부패 운동가들도 이번 판결이 법원의 독립성을 강화시켰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오딩가의 지지 기반 지역인 키수무와 좌파 정치인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나이로비의 저소득 지역에서도 이 판단에 반발하는 집회는 벌어지지 않았다.
미국도 판결을 환영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루토 후보의 승리 확정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루토 대통령 그리고 그의 새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증진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냐는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 이후 혼란 상태였지만 이 판결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새 대통령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지난 달 대선에서 오딩가 후보를 지지했다는 전기 기사 지오프리 오몬디(33)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판결이 이미 내려졌다”고 말했다. 당선이 확정된 루토의 지지자들은 승리의 깃발을 들고 거리 곳곳에서 행진했다. 10년 집권을 마치고 곧 퇴임하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판결 이후 차기 정부로 권력이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잘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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