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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성평등, 지금 속도라면 300년 걸린다” 유엔의 경고

등록 2022-09-08 11:07수정 2022-09-09 02:32

유엔 ‘지속가능목표 보고서’ 나와
팬데믹·기후변화로 성평등 악화
소말리아 남부 딘수르의 난민캠프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위해 요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소말리아 남부 딘수르의 난민캠프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위해 요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기후변화가 성평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성인권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 없이는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에 300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UN)은 7일(현지시각) 발간한 지속가능 발전 목표 보고서에서 “지금의 변화 속도라면 법적인 제한과 차별을 없애는 데 286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성평등은 유엔이 제시한 17개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중 하나다. 2015년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이 목표들을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결의했다.

유엔은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여전히 흔하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1분마다 1명의 여성이 가족 안에서 살해당하고, 지난해 15∼49살 여성 가운데 12.5%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으로부터 성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

불평등을 부채질한 것은 팬데믹과 기후위기다. 유엔은 “이번 보고서는 팬데믹과 폭력적인 충돌, 기후변화 같은 전 세계적인 문제가 여성의 건강과 권리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면서 성별 격차가 더욱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엔에 따르면 여성 4명 중 1명은 팬데믹 이후로 가정 내에서 더 자주 갈등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발생한 식량 위기도 우려를 더한다. 보고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3억8300만명의 여성이 극심한 빈곤에 처할 것으로 봤다. 유엔은 “세계 전역에서 더 많은 이들이 음식, 옷, 적당한 주거시설 같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금 추세라면 남아프리카 여성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7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여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해 아프간 지역을 점령한 후 여성 교육을 제한했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등교가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칸다하르/EPA 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여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해 아프간 지역을 점령한 후 여성 교육을 제한했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등교가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칸다하르/EPA 연합뉴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평등해지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유엔은 예측했다. 일터에서 여성이 고위직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대표성을 갖게 될 때까지는 140년, 국회에서는 40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러한 예측은 전 세계가 평등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하고 있다. 유엔은 성평등을 앞당기기 위해선 여성 교육 등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소녀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는 여성 폭력 감소, 빈곤 감소 등 모든 것에 필수적”이라며 “최근 수십 년 동안 소녀들의 교육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가난한 가정이나 시골 지역에선 여전히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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