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올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국주의 복귀”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처음 열린 올해 총회에서 각국 정상들은 전쟁을 즉각 멈추고 외교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유엔 본부에서 열린 일반 토의 첫날 연설에서 “우리가 2월24일(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일) 목격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 시대의 복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쟁에 대해 중립을 표방한 국가을 겨냥해 “그들은 잘못됐다. 역사적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오늘 침묵을 지키는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신제국주의와 공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연설에서 “제국주의 복귀는 유럽의 재앙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제국주의 신식민주의와 반대편에 있는 세계 평화 질서에 대한 재앙이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전쟁과 제국주의 야망을 포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두 나라 정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 자국 편입을 위한 주민 투표를 강행하는 것도 비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의 이념과 원칙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유엔 기능 강화와 개혁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인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며 유엔 헌장 복사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에 국가마다 온도 차이는 있었다. 이번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외교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없고 공정한 평화 절차에는 결코 패자가 없을 것”이라며 “양쪽(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적용 가능한 외교적 과정을 통해 이 위기를 품위 있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피비에스>(PBS) 방송과 인터뷰에선 “침략당한 땅은 우크라이나에 반환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2014년 3월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푸틴)에게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려주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자국의 중립을 강조했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아프리카는 신 냉전의 온상이 되고 싶지 않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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