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2차 세계대전 때 훈련소였던 콜로라도주 리드빌에 위치한 캠프헤일을 국가 사적으로 지적하는 행사에 참석해 참전 용사들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안보전략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특히 강조한 세가지는 중국, 핵위협, 기술이었다. 치열해져가는 미-중 전략 경쟁과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 탓인지, 문서의 톤과 정세 전망은 5년 전보다 더 우울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12일(현지시각) 공개한 48쪽 분량의 문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체제에 도전할 의사와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12월 문서에선 미국이 “중국이 성장하고 전후 세계 질서에 통합되도록 지원”했다며 지난 70여년간 이어진 미국의 ‘대중 관여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이번 문서에선 그런 감정적 어구들을 걷어내고 중국을 자신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경쟁자로 지목하며 이에 전방위적으로 맞서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그와 동시에 주목한 것은 중국의 핵 확장이었다. 백악관은 문서에서 “핵 억제력은 우리 나라의 가장 중요 사안이고,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의 기초”라는 인식을 밝히며 “2030년대엔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주요 핵강국을 억제해야 한다. 이 둘은 근대적이고 다양한 세계적·지역적 핵전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70년 시작된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미·소·중·영·프 5개국의 핵 보유국만 허용하지만, 미·러(각각 5000발 이상 핵탄두 보유)를 제외한 영국(225발)·프랑스(290발)·중국(300여발) 등은 상대 핵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 보유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선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와 함께 핵탄두를 늘리는 움직임이 확인되는 중이다. 이를 근거로 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해마다 내는 중국 군사력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께 핵탄두를 1000발 넘게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위협을 거듭하는 러시아에 대해선 “그들의 무모한 핵위협은 세계의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1945년 7월 핵실험에 성공한 뒤, 처음으로 중·러 두 대국의 ‘핵위협’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온 셈이다.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에 갱신된 미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NSS). 중국을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를 바꾸려는 ‘도전자’로 명시했다.
문서는 이에 맞서 미국이 ‘핵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3대 전략자산(전략폭격기·잠수함·대륙간탄도미사일), 핵 명령·통제·통신, 핵무기 기반 시설을 현대화하고 있고, 동맹을 위한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내세우는 핵심 개념인 ‘통합 억제’를 “잠재적인 적들에게 그들의 적대적 행위로 인한 이익보다 비용이 크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한 역량의 빈틈없는 조합”이라고 정의하며 모든 영역·지역·갈등범주를 통합하고 미국 자신뿐 아니라 동맹국들의 능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기술에 대해선 “오늘날의 지정학적 경쟁과 미래 국가안보·경제·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며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믿는 국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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