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 버밍엄/AP 연합뉴스
대규모 감세안으로 시장 혼란을 부른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결국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외신은 트러스 총리가 곧 열릴 기자회견에서 법인세 인상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정책 유턴’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에서 콰텡 장관은 “총리께서 저에게 사퇴할 것을 권유했고, 저는 받아들였다”고 썼다. 트러스 총리는 콰텡 장관에게 보낸 답신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물러나는 결정을 깊이 존중한다”고 했다.
콰텡 장관은 “재무장관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몹시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낙관주의와 성장, 변화에 관한 총리의 비전이 옳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영국 최초의 ‘흑인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던 콰텡 장관은 이로써 전후 영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짧게 일한 장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는 서한에서 “지난달 23일 성장 플랜(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뒤로 경제 상황이 빠르게 변화했다”며 이달 말 영국 정부가 발표할 중기 재정계획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랫동안 동료이자 친구였다”며 “당신의 비전이 맞는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경제 상황은 물론 자국의 중앙은행(잉글랜드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와도 맞지 않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을 불렀다. ‘미니 예산안’으로 불리는 이 발표에는 소득세 인하와 법인세 인상 철회 등이 포함됐다. 재원 마련이 불확실한 감세안에 영국 파운드화는 한때 달러화와 1대 1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고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정치권과 시장의 비판에도 감세 정책을 고수하던 영국 정부는 이달 3일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하면서 1차 ‘정책 유턴’을 했다.
하지만 철회 규모가 예상 감세 규모의 4.5%에 불과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신은 트러스 총리가 이날 오후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법인세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는 2차 정책 유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러스 총리의 전임이었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23년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3%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트러스 총리는 이를 뒤집은 바 있다.
외신은 콰텡 장관의 후임으로는 테레사 메이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제레미 헌트가 취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