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사드 아브라힘 알마디가 미국의 한 식당에 앉아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을 게재했다며 체포한 사우디계 미국인에게 최근 중형을 선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 그래도 크게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18일 <워싱턴포스트>, <비비시>(BBC) 등 주요 외신들은 사우디가 지난 3일 자국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인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하고, 16년 동안 미국 등 타국으로의 여행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프로젝트 매니저 알마디는 지난해 11월 가족 방문차 리야드를 찾았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 7년간 미국에서 게시한 14개의 트윗을 문제삼아 공항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어, 사우디 법원은 알마디가 테러리스트를 은신시키고 테러 자금을 지원해 사우디 왕국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알마디의 사연은 그의 아들 이브라힘이 부친의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며 공개됐다. 미국 정부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미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아버지가 체포된 뒤 미국 정부에게 부친의 석방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무부는 ‘사안을 공식화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주사우디 미국 대사관은 체포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알마디를 접견하지 않았고, 최근 선고 공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브라힘은 ‘아버지가 중형이 선고되기까지 수개월동안 감옥에서 고문 등 가혹한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실제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수감됐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는 알마디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부친의 구금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협박도 했다.
<비비시>는 사우디 당국이 문제 삼은 알마디의 트윗 14건을 살펴보니, 사우디 정부가 도시 메카와 제다의 오래된 지역을 파괴한 것에 대한 비판과 사우디의 빈곤에 대한 우려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또, 2018년 10월 이스탄불의 주튀르키예 사우디 대사관에서 살해된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언급도 담겨있었다. 알마디의 가족은 미 국무부가 그를 외국에 의한 ‘부당한 구금자’로 지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석방에 힘써줄 것을 요구 중이다.
이 사안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체제 하의 사우디가 미국인 비판자들을 전보다 더 가혹하게 다루고 있고 전했다. 또 알마디는 반체제 인사나 활동가도 아니고,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을 뿐인 평범한 인물인데도 이례적으로 중형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알리 알 아흐메드 걸프문제연구소 소장은 이 신문에 “빈 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인 수감자들에 대해 압력을 가해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거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이 사우디 교도소에 있는 미국인 인질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해외에 있는 한 미국인이 가장 가혹한 형량의 선고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무부 직원들은 외교 채널을 통해 사우디 정부 고위층에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일관되고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알마디의 선고 공판에 국무부 관리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사우디 정부가 미국 대사관에 알리지 않고 기일을 앞당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알마디가 ‘부당한 구금자’로 지정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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