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취임…재무·외교장관에 친 EU 인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새 총리가 22일 로마 퀴리날리 대통령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승리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22일 이탈리아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일단 친유럽연합(EU) 인사들로 재무·외교 등 주요 각료를 채우며 무난한 출발을 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로마 퀴리날리궁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고, 그가 제출한 24명의 내각 명단을 승인했다.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래 68번째가 되는 새 내각은 다음주 상·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친 뒤 공식 출범하게 된다. 멜로니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뒤 성실한 국정 운영을 다짐했다.

새 내각은 우파 연합의 주요 정치인들과 전문성 있는 직업 관료들로 구성됐다. 총리를 배출한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은 9개 부처, 우파 연합에 속한 극우 ‘동맹’과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는 각각 5개 부처 장관직을 배정 받았다. 나머지 5개 부처 장관직은 정치인이 아닌 전문성 있는 인사들로 꾸렸다. 장관 24명 중 여성은 전체의 4분의 1일 6명이다.

특히 재무부와 외교부 등 주요 각료에 친유럽연합(EU) 성향의 인물이 임명됐다.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재무장관엔 잔카를로 조르제티 현 경제개발부 장관이 등용됐다. 그는 마리오 드라기 전 내각에서 경제개발부 장관을 맡았다. 동맹 소속이지만 온건파이며 친유럽연합(EU) 성향의 인물로 평가 받는다. 외교장관에는 안토니오 타자니 전 유럽의회 의장이장이 선임됐다. 그는 전진이탈리아 대표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측근이다. 국방장관에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의 공동 설립자 구이도 크로세토가 임명됐다. 내무장관직을 원했던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부총리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22일 이탈리아 로마 퀴리날리궁에서 조르자 멜로니 새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출범했다. (왼쪽부터) 마테오 살비니 인프라 교통부 장관, 조르자 멜로니 새 총리,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안토니오 타자니 외교부 장관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독재자이자 파시즘의 원조라 불리는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의 계보를 잇는 극우 정당 출신으로 반이민·반유럽연합 정책을 주장하며 당선된 멜로니 새 총리에 대해 국제사회는 우려 속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취임했다. 우리가 함께 직면한 도전에 대해 이탈리아 새 정부와 건설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트위터에 “나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 나토(NATO), 주요7개국(G7)과 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이탈리아는 나토의 핵심 동맹이자 공동의 국제적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긴밀한 동반자”라며 신임 총리의 취임을 축하했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