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강력한 폭발로 파괴된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 나오고 있다. 보른홀름/로이터 연합뉴스
북유럽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폭발한 지 거의 한달이 지났지만 누구의 소행인지 단서조차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 사건이 국제 보험 업계에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피해 보상 요구가 제기될 경우 막대한 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향후 보험 갱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스관 재가동도 기대하기 어렵다.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각) 보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에서 독일 등으로 가스를 보내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에 대한 보험이 독일 업체인 뮌헨재보험(뮤니히 리)이 주축이 된 영국 런던의 국제 보험 기관들에 가입된 상태라고 전했다. 통신은 이들 보험사들이 가동 중단 상태에서 지난달 27일 강력한 폭발로 파괴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보험 계약을 갱신할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국제 보험사들이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이 가스관을 수리하더라도 재가동이 이뤄지기 힘들다.
가스관을 건설한 국제 컨소시엄인 ‘노르트스트림 에이지(AG)’의 지분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자회사가 51%를 갖고 있다. 또, 독일의 에너지 기업 윈터샬과 이온(E.ON)이 각각 15.5%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스프롬은 미국와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의 제재 대상 기업이어서 보험 재가입에 걸림돌이 될 여지도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건설 자금만 78억유로(약 11조1천억원)가 들어간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에 대한 보상도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보험사에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예상 보험금이 막대한 데다가 파괴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국가가 (폭발 사고의) 배후에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보상금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작극 성격의 파괴공작(사보타주) 또는 전쟁 행위에 따른 피해일 경우는 보통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
러시아와 서방은 이 사건을 국제 테러 행위로 의심하고 있으나,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덴마크·스웨덴 당국은 강력한 폭발로 노르트스트림1과 2 가스관이 손상됐다는 점만 확인한 상태다.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조사의 가능성도 낮다. 이 때문에 누가 가스관을 폭발시켰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조속한 가동 재개가 어렵다고 보고, 지난 12일 흑해 바다 밑에 설치된 ‘튀르키예(터키)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유럽 국가들에 제안한 상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