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젤렌스키, 러와 ‘조건부 협상’ 가능성 거론…‘서방 압박설’ 부인

등록 2022-11-09 09:28수정 2022-11-10 01:19

자국 영토 회복, 전쟁 피해 보상 등 조건 제시
“서방의 지원을 계속 유지하려는 시도” 분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서방이 러시아와의 대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을 부인하면서도 러시아가 일정한 조건을 수용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러시아가 돈바스와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주를 자국 영토로 강제 병합한 직후 보였던 자세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자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공개한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와 대화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설을 부인한 채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러시아의 유엔 헌장 존중,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전쟁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을 대화 재개 조건으로 강조하고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자신들이 그동안 이런 조건을 전제로 대화를 꾸준히 제안해왔다며 “(이런 요구에 대해) 러시아는 새로운 테러 위협과 폭격, 협박 등 광적인 대응으로 답해왔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내건 ‘영토 보전’ 요구는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이후 점령한 뒤 10월 초 합병 절차를 마친 영토를 반환해야 한다는 의미로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에이피>(AP) 통신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을 강조하는 자리에서 러시아가 ‘진정한 평화 협상’에 나서도록 국제 사회가 압박할 것을 호소했다면서 이는 기존의 협상 관련 발언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태도 변화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요청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 뒤에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5일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와 협상에 열린 자세를 보일 것을 은밀히 권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관계에는 어떤 강압도 없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설은 러시아 ‘정보(전쟁)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가 제시하는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이도록 압력을 넣는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소리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압박을 부인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서방의 지속적인 지지와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펜타 센터’의 볼로디미르 페센코 대표는 “우크라이나로서는 협상을 약속해도 어떤 의무에 얽매일 건 없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8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미국의 지원이 약화될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미국헌법센터(NCC)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은 뒤 녹화된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미국이 흔들림 없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마침내 평화가 회복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까지 지금처럼 변함없는 단결을 유지해줄 것을 여러분에게 요청한다”며 “민주주의는 승리로 향하는 길을 멈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만큼 실제 두 나라가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7일 러시아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자신들이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안드레이 루덴코 외교차관도 8일 러시아는 협상을 재개하는 데 아무런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의 선의를 의심했다.

한편, 러시아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 가 전했다. 외교 전문가이자 강경파 정치인인 알렉세이 푸시코프 상원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긴다고 해도 미국 외교 정책에 혁명이 나타나고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들은 러시아가 미국 중간선거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쏟아냈다.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의 칼럼니스트 피오트르 아코포프는 미국 유권자들의 양극화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한 나라를 계속 유지할지라도 극적인 변화를 겪고 국제 무대에서 지위도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면서 결국 유럽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극단적 국가주의 사업가 콘스탄틴 말로페예프가 운영하는 온라인 뉴스 <차그라트>는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시점에 벌어지는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미국의 종말을 고하는 과정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