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 가격 폭락 이후 고객들의 대규모 자금 인출 요구에 직면한 에프티엑스(FTX) 거래소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경쟁 업체 에프티엑스(FTX) 인수 계획을 하루 만에 철회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만6천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코인 가격 폭락 이후 또다시 가상자산 업계가 대혼란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바이낸스는 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전날 발표했던 에프티엑스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에프티엑스의 고객 자금 부실 관리 관련 보도가 나오고 미국 규제기관의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 가운데 자산 실사를 벌인 결과, 거래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에프티엑스가 도움을 요청했다. 자금 압박이 상당하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낸스의 인수 계획 철회 발표 이후 에프티엑스의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바이낸스가 인수 철회 방침을 우리보다 언론에 먼저 알렸다”며 “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뱅크먼프리드가 투자자들에게 80억달러(약 10조9700억원)에 이르는 고객의 자금 인출 요구에 응하기 위한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근 에프티엑스가 직접 발행한 코인인 에프티티(FTT)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뱅크먼프리드가 소유한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금난 우려가 제기됐고, 이는 에프티엑스 거래소 이용자들의 자금 인출을 촉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주말부터 3일 동안에만 자금 인출 규모가 6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바이낸스의 에프티엑스 인수 계획 철회 여파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약 2년 만에 1만6천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일 오전 9시(한국 시각)께 24시간 전보다 13% 가량 떨어진 1만5934달러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6천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초 이후 처음이다.
이더리움의 가격도 하루 전보다 15% 이상 떨어진 11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에프티티의 가격은 24시간 동안 60%나 폭락한 2.3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초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약 80달러)에 비해 97% 낮은 가격이다.
에프티엑스 거래소의 자금난은 지난 5월 테라-루나 코인 가격 폭락 사태에 이어 다시 한번 가상자산 업계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의 라이언 웡 선임 연구원은 “올해는 가상자산 업계에 진정으로 충격적인 한해”라며 업계의 혼란이 대중의 큰 불신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