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 안경’을 써보고 있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청이 이런 장비를 교통 위반 단속에 활용하려는 지자체에 사업 금지를 명령했다. 선전/신화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14일(현지시각) 개인 정보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안면 인식 기술과 ‘스마트 안경’ 등 첨단 감시 기술을 지자체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걸 금지했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청은 이날 사법기관의 수사와 범죄 대응을 제외한 다른 용도로 안면 인식 기술과 ‘정밀 적외선 스마트 안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데이터 보호청은 첨단 감시 기술에 관한 별도의 법이 제정될 때까지 또는 내년 연말까지 이런 기술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 기관은 개인 정보 처리 등과 관련된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1997년 설립된 독립 규제기관이며, 의회에서 선출된 4명의 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이터 보호청은 성명을 내어 “이번 중지 조처는 과잉조처 금지의 원칙에 맞춰 안면 인식 기술 등의 사용 필요 조건, 사용 시 제한 사항 등을 규제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청은 다만 사법 기관의 수사 또는 범죄 대응을 위한 첨단 감시 기술 사용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보호청의 이날 발표는 2개 지방 정부가 감시 기술을 행정에 활용하려는 실험에 나서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남부 이탈리아의 도시 레체는 최근 안면 인식에 기반한 기술을 행정에 도입할 방침을 밝혔다. 데이터 보호청은 이를 금지하면서 이 도시가 도입하기로 한 시스템에 대한 설명, 목적,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도록 명령했다. 감시 장비가 접속하는 데이터베이스들의 명단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한편, 중부 지역 도시 아레초의 경찰은 정밀한 적외선 스마트 안경을 지역 경찰들에게 지급해 자동차 위반 단속에 사용하는 시범 사업 계획을 오는 12월1일부터 실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도시가 도입하려는 시스템은 교통 단속 경찰관이 스마트 안경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한 뒤 팔목에 차는 정보 표시 장치를 통해 차량 정보 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표시 장치는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현장에서 바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알도 포폰치니 아레초 지역 경찰청장은 “이 장비가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찰관이 즉석에서 교통 위반 여부를 판정하고 위반 통지서까지 바로 인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비디오 장치를 이용해 개인 정보를 처리하는 것 자체는 공익에 부합할 경우 허용된다. 하지만, 데이터 보호청은 이 경우에도 지자체는 중앙 정부와 ‘도시 안전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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