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한 병원에서 콜레라에 걸린 딸을 돌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콜레라가 확산해 현재까지 최소 169명이 숨졌지만 의료 인프라의 부족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 범미보건기구(PAHO)는 아이티에서 하루 전 기준 806명의 콜레라 확진자와 8625명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고, 이 병으로 이날까지 최소 16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티 보건부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이 수치들은 누락이 상당해 실제 사망자와 입원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는 1100만명의 아이티 인구 중 5% 정도인 50만명이 콜레라에 걸릴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티에선 최근 3년 간 콜레라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 달 1일 처음으로 감염자가 보고된 뒤 불과 50여일만에 확진자와 의심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진티 필스 아이티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백신과 치료 약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확산 위험이 더 커진 상태라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확진·의심 환자는 대부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나오고 있다. 아이티 거리를 장악하던 갱단의 영향력이 최근 약화하면서 주민들의 이동이 늘자 콜레라도 함께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필스 대변인은 “이제 사람들이 더 많이 돌아다닐 것”이라며 “우리는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티는 현재 연료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 등 구호단체들은 빈곤층이 깨끗한 식수나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했다.
유엔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아이티 내 콜레라 대응을 위해선 1억4500만 달러(약 1919억원)의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리카 리처드슨 아이티 주재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누리집에 “최근 몇 주간 아이티 내 콜레라 감염 급증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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