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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베이징이 또 멈췄다, 962명 확진 이후 [르포]

등록 2022-11-21 14:15수정 2022-11-21 19:43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동 지하철역에서 승객들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동 지하철역에서 승객들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평소 이용객의 20~30%도 안 되는 거 같다. 다들 집에서 일하는 것 같다.”

21일 오전 8시50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왕징동 지하철역의 개찰구에서 승객 출입을 지켜보는 역무원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사람이 매우 적었다. 왕징동역 근처에는 알리바바, 뤼써지퇀(녹색그룹), 포스코 중국, 왕징 소호 등 대기업과 대규모 사무실이 많이 있어, 평일 8시 반~9시에는 출근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이날은 열차에서 내리는 승객이 수십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역 앞에 준비된 공유자전거도 평소 출근 시간대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날은 100대 넘게 주차돼 있었다.

이곳에서 300~400m 떨어진 차오양구 최대 사무지구인 ‘왕징 소호’ 역시 출근 시간대인데도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작은 소매점에서 아침을 파는 한 상인은 “진짜 사람이 없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재택근무한다고 하는데, 계속 문을 열지 고민”이라고 했다. 비교적 일찍 문을 여는 스타벅스 커피점과 루이싱 커피점 등은 오전 9시가 넘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세계 각국 대사관이 모여 있는 량마차오 근처의 한 공유사무실은 이날 비록 문을 열긴 했지만, 이용자는 극히 적었다. 사무실 관리자 페이는 “오늘 이용자가 매우 적다. 24시간 내 핵산 검사(피시아르, PCR 검사) 결과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이 지난 평일 거리였지만 지나는 차가 적었고, 색색의 헬멧을 쓰고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들과 작은 트럭에 물품을 가득 실은 택배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왕징 소호에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왕징 소호에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지난 5월에 이어 베이징이 다시 멈췄다. 이날 베이징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20일 기준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62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전날 621명에서 하루 만에 300명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말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가 한달 만에 1천명 가까이 급증했다.

베이징시는 이날부터 필수 시설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권유했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는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 작업에도 들어갔다. 베이징 방역당국은 19일부터는 일부 지역에 대해 식당 내 식사 금지 명령을 내렸고, 사우나와 영화관, 헬스클럽 등도 문을 닫도록 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중국 베이징 중심지 차오양구에서 21일 한 시민이 오전 러시아워임에도 한산한 거리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날 중국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감염자는 2만6천30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진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951명이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중국 베이징 중심지 차오양구에서 21일 한 시민이 오전 러시아워임에도 한산한 거리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날 중국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감염자는 2만6천30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진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951명이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하루 확진자가 1천명대에 가까워지면서 베이징 시내 곳곳이 봉쇄됐지만, 과거와 같은 무더기 봉쇄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사는 차오양구 아파트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해당 주민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라인만 봉쇄했다. 이전에는 1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었다. 현실을 고려해 방역 강도를 크게 낮춘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11일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되 정밀 방역으로 바꾸는 조처를 내놨다. 밀접 접촉자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규정을 ‘7+3’(시설격리 7일+자가격리 3일)에서 ‘5+3’으로 줄였고, 2차 접촉자에 대한 격리를 없애는 등 방역 규정을 완화했다.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대해 코로나 검사 범위를 확대하지 말고, 하루에 2~3회씩 검사를 하는 것도 금지했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불만이 사회 전반에서 매우 커지고 있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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