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아지즈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달 5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오펙플러스(OPEC+)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있다. 빈/EPA 연합뉴스
산유국들의 모임인 ‘오펙플러스’가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와 가격 상한제에 맞춰 검토되고 있는 이 계획이 시행되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21일 오펙플러스가 다음달 4일 회의에서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증산은 다음달 5일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유럽연합의 금수 조처와 주요 7개국(G7)의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는 전날에 결정된다. 증산이 이뤄지면, 두 조처로 러시아 인해 유가가 오르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증산 논의는 지난달 5일 오펙플러스 회의에서 사우디가 주도한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뒤집는 조처이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오름세를 막기 위해 증산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하지만 사우디는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고 감산을 주도해,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오펙플러스의 증산 추진은 11월 초 들어서 유가가 10%나 하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처이다. 감산을 주도하던 사우디가 증산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이 지난 17일 저명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결정은 양국관계 악화의 핵심 이유였던 카슈끄지 사건에서 미국이 양보한 조처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다음달 4일 회의에서 증산이 결정되면, 이 모임의 양대 축인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알력이 예상된다. 최근 유가가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오펙플러스의 증산이 이뤄지면, 석유 금수 및 가격 상한제에 맞서는 러시아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에게는 석유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석유장관은 오펙플러스의 증산과 관련된 보도를 부인하고 거꾸로 감산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펙 내에서 사우디에 이어 2·3위의 산유량을 가진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증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증산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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