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내전을 피해 야산을 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반군은 지난 2일 내전을 끝내기로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약탈과 납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민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아굴라/AP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각) 아프리카연합(AU)의 중재로 내전을 끝내기로 했던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정부군과 에리트레아군이 납치와 약탈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 2년 동안 수십만명의 희생을 치른 끝에 얻은 평화가 다시 깨질 위기에 놓였다.
<에이피>(AP) 통신은 27일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의 주민들과 구호단체 활동가들이 정부군과 그들을 도와 참전한 에리트레아군의 납치와 약탈을 호소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구호단체 활동가들은 티그라이 반군이 지난달 장악했던 최북단 시레 지역에 최근 진입한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사업체, 민간인들의 재산, 보건소 등을 약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리트레아군은 이 지역에서 젊은이 몇명을 납치하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시레 지역은 많은 피란민들이 내전을 피해 머물고 있는 지역인데, 최근 정부군이 이 지역에 들어와 300명 이상의 젊은이들을 구금했다고 말했다. 한 구호단체 활동가는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반군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대거 체포하고 있다며 여러 곳에 이들을 가두는 구금소가 설치됐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티그라이 남서부 아하라, 남부 알마타 지역에서도 정부군이 대규모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티그라이는 지난 2020년 11월 내전이 발발한 이후 다른 지역과 고립된 수백만명의 주민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 곳이다. 2년의 내전 기간 중에 숨진 민간인만도 최대 38만~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과 사이가 나쁜 에리트레아까지 이 지역에 군인을 투입하면서 내전은 국제전 성격으로 번졌다.
아프리카연합은 지난달 말 정부쪽과 반군쪽 대표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초청해 중재에 나섰고 2일 두쪽은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다만, 이 협상에 에리트레아는 참여하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열흘 뒤인 12일 케냐에서 벌어진 후속 협상에서 정부군과 반군은 외국군의 철수와 동시에 티그라이 반군의 무장을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에리트레아군은 철수에 대해 뚜렷한 방침을 밝히기 않고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은 1975년 결성돼 지난 2018년 아비 아머드 총리가 집권할 때까지 에티오피아 정치권을 좌우하다가 권력에서 밀려났다. 에리트레아는 이들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휴전 협정 이후에도 구호단체들의 이 지역 접근이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휴전 합의 이후 식량을 실은 트럭 96대를 이 지역에 투입했지만, 티그라이 남부와 중부 지역은 여전히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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