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슈케크/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종전협상 등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해결 과정은 전반적으로 아마 어려울 것이고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이 과정의 모든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에 대해 동의해야만 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대통령실이 밝혔다.
푸틴이 언급한 ‘현실에 대한 동의’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말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4개주를 러시아로 영토로 병합한다고 선언했으나, 국제사회에서 이를 인정한 나라는 거의 없다.
푸틴은 또 예방적인 ‘선제 공격’ 개념을 도입하는 군사교리 개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선제 공격 개념을 도입할지를 러시아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미국은 선제공격 개념을 갖고 있다”며 “둘째, 이것은 무장해제 공격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러시아)는 미국의 이런 안보 방안들의 성취를 사용할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는 막 이것(선제 공격)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언급한 선제 공격은 미국이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적들을 미리 무력화하려고 채택한 예방적인 공격 개념이다. 미국의 선제공격 개념에는 핵사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적국의 핵미사일 발사 등 핵공격을 감지했을 경우에는 선제적인 핵공격을 가하도록 되어 있다.
푸틴은 이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크루즈 미사일과 초음속 무기들은 미국의 무기들보다 “더 현대적이고 효율적이다”고도 말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푸틴은 ‘시민사회와 인권을 위한 협의회’ 연례회의에서 최근 잇따라 러시아의 군사시설이 공격받은 것과 관련해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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