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몇 주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드론으로 공격한 14일(현지시각) 키이우 주민들이 드론 잔해 때문에 손상된 건물 주변에 모여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각) ‘성탄절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몇 주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또 다시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레믈)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누구로부터도 성탄전 휴전 제안을 받은 바 없고, 현재 이 문제를 고려 대상으로 다루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12일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성탄절 때부터 철수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군이 이번 성탄절에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며 “러시아군의 철수가 시작된다면 적대 행위를 확실히 중단하는 게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앞서 13일 우크라이나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평화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현실은 러시아가 지난 9월 말 주민투표를 거쳐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자국 영토로 병합한 사실을 말한다. 러시아는 정당한 주민투표를 통해 돈바스와 헤르손, 자포리자를 자국 영토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주민투표가 강압적으로 진행됐다며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쪽에서도 조만간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없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우크라이나 하늘과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건대, 전쟁이 연말까지 끝날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투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으며 전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드론 등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 공습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 대한 드론 공격을 몇주 만에 재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 공격에 동원한 드론 13기를 모두 격추시켰으나 격추된 드론 잔해 때문에 행정 업무용 건물 등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대포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전선에 평온이라곤 없다. 폐허와 폭격 흔적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3층짜리 국세청 건물에 드론이 떨어져 지붕에 구멍이 났고 근처에 주차해 있던 차량들의 창문이 깨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땅에 떨어진 드론의 잔해로 볼 때 이날 키이우를 공격한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북동부 하르키우, 동부 도네츠크, 중남부 자포리자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군은 “적군이 11기의 미사일을 발사해 이 가운데 3기가 민간 시설에 떨어졌다”며 “러시아군이 다연장 로켓포도 동원해 60번 이상의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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