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행사장 앞을 경찰들이 지나가고 있다. 몬트리올/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이어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부자나라들의 개도국 지원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도국들은 지구 자연 보호를 위해 연 1천억달러(약 132조원) 정도의 지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애칭 룰라) 대통령 당선자도 부자나라들의 개도국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15일(현지시각) 100여개국의 환경부 장관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고위급 대표 간 논의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협약 당사국들은 지금까지 24가지의 자연 보전 목표 설정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였으나, 자연 보전을 위한 개도국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엘리자베스 음레마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장은 “(합의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길이다”라고 말했다.
개도국들은 지구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땅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부자나라들이 매년 1천억달러의 기금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실무급 협상에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대표들은 부자나라들이 새로운 기금 마련 논의에 적극 임하지 않는 데 항의해 집단 퇴장했다. 한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협상 대표는 “개도국들이 몇가지 기금 마련 방안을 제안했으나, (부자나라들은) 모두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협상 대표는 “기금 논의가 이번 당사국총회 성공의 열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진실은 국제 연대 결여가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논의 지연의 책임이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새로운 기금 마련 대신 민간의 기부금이나 개발은행 자금 등 다른 재원 확보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비르기니유스 신케비시우스 유럽연합(EU) 환경 담당 집행위원은 “개발 기금 재원에서 1000억달러를 할당하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며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협약 당사국들이 기금 마련에 합의하게 되면 재원의 상당 부분은 유럽연합(EU)이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이 아니어서 기금 지원 의무가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당사국총회에 보낸 편지에서 부자나라들이 자연 보전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룰라 당선자는 이 편지에서 “선진국들은 지구가 직면한 3중의 위기를 인식하면서도 어떻게 생물다양성 기금 조성을 위한 더 큰 야심에 호응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기금 마련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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