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카타르가 유럽의회 부의장 등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카타르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카타르의 유럽연합(EU)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럽의회 의원 뇌물 수수 사건에 자국 정부가 연루됐다는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대표부는 성명에서 “논란 이후 지금까지 카타르 정부만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벨기에 정부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부는 “이런 차별적 제한을 부과하는 결정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세계 에너지 위기와 안보를 위해 협력하는 것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카타르는 유럽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주요 가스 공급국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유럽의회는 카타르와 관련된 입법 절차를 전면 중단했고, 카타르 관계자들의 의회 출입도 금지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 인해 카타르가 요청한 자국민의 유럽연합(EU) 비자 면제 프로그램, 유럽연합과 카타르 사이 항공편 확대 합의도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올해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가 유럽의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원들을 상대로 현금 등을 건네는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지난 11일 ‘걸프국가’에 대한 부패와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6명을 체포하고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수사 당국은 해당 국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유럽 정치권과 언론은 해당 국가를 카타르로 보고 있다. 벨기에 수사당국의 체포 대상에는 그동안 카타르에 우호적 발언을 해온 그리스 정치인 에바 카일리 전 유럽의회 부의장 등이 포함됐다. 이는 벨기에 검찰이 지난 9일 로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유럽의회 사무실과 개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현금과 휴대폰, 컴퓨터 등 증거를 확보한 결과다. 13일 유럽의회는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부의장을 해임했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15일 부패 재발 방지를 위한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불거진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이러한 범죄들이 유럽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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