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재선에 성공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마로펜 라목고파 당 부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른바 ‘팜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 재선에 성공했다.
19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공 집권 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57%(2476표)의 득표율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경쟁 후보인 즈웰리 음키제 전 보건부 장관은 득표율 43%(1897표)에 그쳤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2017년 12월 이 정당의 대표가 된 뒤 2018년부터 남아공 대통령으로 재임해왔다. 그는 당 대표 연임으로 정치적 생명을 이을 수 있게 됐고, 2024년 대통령 재선에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신의 농장에서 출처가 의심되는 거액의 외화를 도난당한 뒤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그가 탈세를 하고 국고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 사건은 ‘팜게이트’(farmgate)로 불렸다. 그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달 초 남아공 의회의 독립 조사 패널이 라마포사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해 의회에서 탄핵 절차 개시 표결까지 진행됐다. 그가 속한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고 있는 덕분에 탄핵안은 부결됐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그에 대한 사임요구는 거셌다.
그는 이번 당대표 재선으로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를 통과했다. 다만, 라마포사 대통령은 스캔들로 인한 신뢰 하락과 국제 에너지 위기로 촉발된 남아공의 경제적 어려움을 만회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그가 속한 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는 남아공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오랜 세월 투쟁해온 대표 정당으로, 이 정당 당시 의장인 넬슨 만델라가 1994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아프리카민족회의는 1994년 집권 이후 당내 정쟁과 부패로 지지율이 떨어져 있으며,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광산 노조 지도자이자,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가였다. 1996년 그는 사업에 뛰어들어 기업인으로도 크게 성공해 억만장자가 됐다. 그가 세운 남아공 최대 투자회사인 산두카홀딩스는 남아공에서 가장 큰 은행인 스탠다드 뱅크의 지분 10%를 소유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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