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사실상 ‘사망했다’고 말한 사실이 한 달 후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미국 언론 <악시오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중간선거 직전 투표 독려를 위해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현장에서 한 여성 시민과 나눈 대화 영상을 공개했다. 트위터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현장의 한 시민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핵합의’(JCPOA)가 끝났다(dead)고 발표해줄 수 있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안 된다(No)”고 답변한다. 이어 시민이 “왜 안 되느냐” 거듭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끝났지만(it is dead) 우리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긴 이야기가 있다”고 답한다. 대화를 이어가며 이 시민은 “이란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그들이 당신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개인이 촬영한 뒤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공유됐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언급이 그동안 지지부진한 복원 협상이 이어져온 이란 핵협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과의 핵협정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취임 후부터 진행해왔다. 복원 협상은 올해 상반기 진전하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하반기에 들어서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9월부터 이란 정부가 히잡 착용을 둘러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이란 정부 인사들을 대거 제재하며 양국 사이가 다시 얼어붙었다. 이어,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 드론을 제공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며 핵협정 복원 협상은 동력을 잃었다. 앞선 10월 로버트 말리 미국 국무부 이란 특사는 “정부가 이란의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 등을 고려해 이번에 핵협정 복원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대해 백악관 안보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이란 핵협정은 당장 집중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의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핵협정 복원 협상이 곧 성사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의 초점은 이같은 문제에서 그들에게 맞설 실질적인 방법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