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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탈레반, 대학서 ‘여학생 수업’ 전면 금지…“꿈은 파괴됐다”

등록 2022-12-21 09:26수정 2022-12-21 11:48

유엔 “보편적 인권침해의 최저치”
지난 2월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카불대학교 교문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지난 2월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카불대학교 교문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최근 칙령을 통해 여학생들의 대학 수업 참여를 전면 금지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강력 규탄했다.

20일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는 이날 공립과 사립을 포함한 모든 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자울라 하시미 고등교육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공유한 서한에 따르면, 탈레반 정권은 대학들에게 가능한 빨리 이 금지령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며 교육부에 이행 결과를 알리라고 공지했다. 이번 결정은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이 고교 졸업 시험을 치른 지 몇 주 만에 나온 것이다. 

탈레반 정권은 지난해 8월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여성과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는 온건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게 해석하며 여학생의 취업을 제한하고, 공원과 체육관 출입을 금지했다. 공공장소에서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가리는 옷을 입도록 했다.

수도 카불에 위치한 낭가르하르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3학년 학생은 <에이피>에 익명을 요구하며 “우리 아버지는 딸이 유능한 언론인이 되길 꿈꿨지만 이제 그 꿈은 파괴됐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학업을 계속할 것이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만약 그것조차 안 된다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눈 앞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여성인 것이 죄인가? 만약 그렇다면 여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로 인해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의 합법적인 정부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실제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결정을 비판하며 “탈레반이 또 약속을 어겼다. 매우 문제적 조처”라며 “여성 교육에 대한 적극적 참여 없이 어떻게 한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의 서한.&nbsp;
트위터에 올라온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의 서한. 

아프가니스탄의 유엔 의석은 탈레반 정권에 의해 축출된 아슈라프 가니 정부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유엔에 자신들을 아프간의 공식 대표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 중이다. 앞선 16일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266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탈레반과 관련된 개인·단체·사업체에 대한 제재를 감시하는 팀의 권한을 1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유엔에서 “모든 아프간인의 권리를 존중하기 전에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합법적 일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세르 아흐메드 파이크 유엔 주재 아프간 대표 역시 “이번 발표는 모든 인류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최저치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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