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로윈플랑크에 있는 아마존 소속 건물에 이 회사의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로윈플랑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를 피하기 위해 전자 상거래 영업 행태를 개선하기로 유럽연합과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거대 기술 기업 규제에서 유럽연합이 거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각) 아마존이 자사의 온라인 상점에 입점한 경쟁 업체들의 비공개 자료를 영업에 활용하지 않기로 하고, 구매 추천 목록(바이 박스)과 유료 고객 서비스(프라임 서비스) 운영과 관련해 경쟁 업체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아마존의 이번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며, 앞으로 7년 동안 유효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유럽연합은 지난 2019년 7월과 2020년 11월 개시한 아마존에 대한 2건의 반독점 조사를 종결하기로 했으며, 아마존은 전세계 매출의 10%에 달할 수 있는 거액의 과징금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경쟁 담당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의 결정은 유럽연합 내 아마존의 사업 방식을 규정하는 새 규칙을 정한 것”이라며 “아마존은 더 이상 (서비스업체이자 판매업체라는) 이중의 지위를 남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은 아마존이 자사 온라인 상점에 입점한 업체들의 비공개 자료를 영업에 활용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왜곡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아마존은 이런 지적에 따라 앞으로 비공개 자료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존은 또 온라인에서 상품을 고르는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구매 추천 목록에 경쟁 업체의 제품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격이나 배달 조건 등에서 차별적인 상품이 있을 경우, 이를 별도의 구매 추천 목록으로 고객들에게 제시하기로 했다. ‘구매 추천 목록’은 ‘장바구니에 담기’와 ‘바로 구매’ 버튼을 배치함으로써 고객의 구매를 자극하는 장치다. 아마존은 또 유료 고객 서비스인 ‘프라임 서비스’에 자사의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독립 판매 업체들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공정 경쟁을 해친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집행위원회는 전날인 19일 메타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온라인 광고 서비스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연계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법원도 같은 날 애플이 자사의 ‘앱스토어’와 관련해 프랑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부당한 조건을 강제했다는 이유로 이 회사에 1억유로(약 137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은 거대 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력 억제를 위해 제정된 디지털시장법(DMA)을 내년 5월2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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