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선종한 교황 베네딕토16세(왼쪽)이 지난 2014년 9월28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후임자인 교황 프란치스코와 얼굴을 마주한 채 웃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사실상 종신직으로 굳어진 가톨릭 교종(교황) 자리를 생전에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물러나 만년을 조용히 보내온 교황 베네딕토16세가 31일 바티칸에서 선종했다. 향년 95.
바티칸 쪽은 이날 성명을 내어 “오늘 오전 9시34분께(현지시각) 교황 베네딕토16세가 바티칸의 마테르 에클레시아에 수도원에서 서거했다는 점을 깊은 슬픔을 담아 전한다”며, 장례 절차 등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베네딕토16세는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78살 때인 2005년 4월 교황으로 추대됐다. ‘완고한 전통주의자’란 평가를 받던 그는 재위 8년여 만인 2013년 2월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을 반복해 되돌아본 결과, 저는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교황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게 됐다”며 파격적으로 선위를 발표했다. 생존해 있는 동안 교황이 스스로 물러나기는 1294년 첼레스티노5세 이래 무려 719년 만의 일이었다.
베네딕토16세의 건강은 퇴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해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8일 수요 일반 알현 도중 “베네딕토16세가 매우 위중한 상태다. 모두에게 특별한 기도를 부탁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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