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의 의사가 암 환자에 대한 투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여성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지능형 메스를 통해 단 몇초 만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나왔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영국 과학자들이 유방암이나 뇌종양 수술 등에 사용되는 지능형 메스 ‘아이나이프’로 여성의 자궁내막암 여부를 몇초 만에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보통 몇주씩 걸리던 암 진단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가디언>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이 아이나이프를 이용해 자궁내막암을 상당히 정확하게 진단하는 성과를 냈다고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도구는 현재 유방암이나 뇌종양 수술 중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데 사용되는데, 연구팀은 자궁경부암 진단에 이 도구를 활용하는 연구를 벌였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학술지 <암(캔서)>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이나이프가 자궁내막암을 몇초 만에 믿을 만하게 진단했다”며 “진단의 정확도는 89%였다”고 밝혔다. 전체 검사자 가운데 실제 자궁내막암에 걸린 사람을 얼마나 찾아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양성 예측도’(PPV)는 94%였다. 실제로 암에 걸린 이들 중 94%에 대해 양성 판정을 내렸고, 나머지 6%는 음성 판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새로운 암 진단 방식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나이프를 이용한 자궁내막암 진단 개념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 논문 갈무리
연구팀은 자궁에서 떼어낸 조직에 전기를 띠는(대전된) 가스(에어로졸)를 쐼으로써 세포에서 가스를 생성시킨 뒤 정상 세포와 암 세포의 차이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지능형 메스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암으로 의심되는 여성 150명의 검사 결과를 기존의 진단 방법과 비교함으로써 효율성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옴에 따라 대규모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 연구를 후원한 ‘이브 어필 암 채리티’의 아테나 램니소스 대표는 이 진단법이 암을 걱정하며 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월경이 끝난 여성에게서 자궁 내 출혈이 발생하면 암 검사를 해야 하는데, 영국에서는 검사와 진단에 4주 가량이 걸린다”며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은 아주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새다프 갬마가미 교수는 암 진단 속도를 높이면 암 환자의 치료를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궁암은 영국에서 여성이 4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며, 암 의심 증상으로 조직 검사를 한 여성의 10% 정도가 암 진단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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