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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 극우 장관 ‘알아크사 사원’ 기습 방문…팔·아랍 등 격앙

등록 2023-01-04 13:41수정 2023-01-04 19:50

극우연정 도발…중동정세 급랭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의 치안장관(왼쪽)이 3일 유대교도는 기도·예배를 할 수 없는 예루살렘 옛 시가지 내 성전산을 기습 방문했다. 이곳엔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사원이 자리해 있다. 벤그비르 장관은 트위터에 사진을 공개하며 “사원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고 썼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의 치안장관(왼쪽)이 3일 유대교도는 기도·예배를 할 수 없는 예루살렘 옛 시가지 내 성전산을 기습 방문했다. 이곳엔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사원이 자리해 있다. 벤그비르 장관은 트위터에 사진을 공개하며 “사원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고 썼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인종주의 범죄 전력이 있는 이스라엘의 극우 치안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화약고’인 동예루살렘 성지를 기습 방문하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등 파장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 장관이 군의 보호 아래 알아크사 사원을 기습 방문한 것을 강력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0년 9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어렵게 국교를 수립한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숙원 사업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치안(국가안보)장관의 돌발적인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벤그비르 장관이 이날 아침 7시께 방문해 13분 정도 머무른 곳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에 종교적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성전산’이다. 성전산은 유대인들이 이곳을 부를 때 쓰는 명칭으로 메카·메디나와 함께 이슬람교의 3대 성지로 꼽히는 알아크사 사원이 이곳에 있다. 유대교도나 다른 종교 신자들은 “성전산에 들어올 순 있지만, 이슬람교도만 이곳에서 기도·예배를 할 수 있다”는 오랜 규칙이 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사원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그들에게 이해시켜라”라고 주장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역대 이스라엘 내각 중에 가장 극우로 불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새 내각의 치안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종교적 시온주의당(의회 총 120석 가운데 14석)의 주축을 이루는 초정통파 유대인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를 맡고 있다. 반아랍 인종주의를 선동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과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1년 6월 실각한 뒤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극우 정당들과 어렵게 연정을 꾸려 최근 권좌에 복귀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치안장관이 3일 주간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 연합뉴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치안장관이 3일 주간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은 분노를 쏟아냈다. 무함마드 아슈타이야(모하마드 슈타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벤그비르 장관이 성지를 ‘유대인 사원’으로 만들기 위해 방문을 했다”고 비난했다. 외교부도 성명을 내어 “극단주의자의 기습 방문은 전례 없는 도발이자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 역시 “불 위에 연료를 붓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선 2000년 9월 아리엘 샤론 전 총리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 이후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를 일으킨 바 있다. 그 여파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소중한 외교적 해법이었던 ‘오슬로 합의’(1993년)가 무너졌다. 이후 이스라엘은 우경화됐고, 팔레스타인 내에서도 강경파인 하마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5일께 공개회의를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지와 관련해 긴장을 높이는 모든 행동을 삼가라”고 밝혔고,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성명을 내어 “사원 경내에 침입한 이스라엘 관리의 도발적 행동”을 규탄했다. 튀르키예와 카타르 등 57개 회원국이 모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비판 성명을 냈고,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우려를 표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트위터에 “중동에서 가장 무책임한 사람에게 중동에서 가장 폭발적인 곳을 맡겼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진보 성향 매체 <하아레츠>는 이날 사설을 통해 “벤그비르가 이스라엘을 지옥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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