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외교부 건물 인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상했다. 탈레반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탈레반 당국 직원을 포함해 20명 이상이 숨졌다. 탈레반과 적대적 관계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의 지역 분파인 ‘이슬람국가-호라산’(IS-K·호라산)이 벌인 일이다.
11일 오후 4시께 카불에 위치한 탈레반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한 괴한이 폭탄을 터트렸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탈레반 외교부 공보부는 “범인은 외교부 청사로 진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폭발로 정부 직원 등 20명이 사망했고 많은 이가 다쳤다”고 말했다. 폭발이 발생한 지역은 외교부 청사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중국 대사관 등 여러 나라 대사관이 위치한 곳이다. 공격이 벌어진 시각, 탈레반 외교부 건물엔 중국 대표단이 방문해 회의를 할 예정이었다고 탈레반은 밝혔다. 카불 경찰은 성명을 통해 “비겁한 공격이다. 범죄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 ‘에머전시’는 이번 사고로 4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탈레반 당국은 사건 경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호라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자살폭탄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원 한 명이 직원과 경비원들 사이에서 폭발물을 폭파하기 전 탈레반 보안 시설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호라산은 이슬람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 상당 지역을 점령하며 상당한 세력을 과시했던 때인 지난 2015년 아프간의 지부로 결성됐다. 호라산은 주로 탈레반에서 이탈한 과격 대원으로 충원돼, 아프간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테러 무장단체로 꼽힌다. 시작부터 아프간 내 탈레반 경쟁 세력으로 출범한 호라산은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하자 거세게 비난하며 각종 테러를 벌여왔다. 2019년 8월 카불의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63명의 목숨을 빼앗은 일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에도 9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카불공항 연쇄 폭탄 테러를 저지르는 등 테러를 계속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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