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뉴욕 번화가에서 시민들이 쇼핑백을 들고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는 25일(현지 시각)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적 인플레이션 등과 같은 요인 때문에 세계 경제가 올해 낮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지난해 3%, 2021년 5.8%를 기록했던 점과 비교해봐도, 올해와 내년은 낮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전망치 1.9%는 2007~8년 세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사태 정점이었던 2020년 -3.3%를 제외하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9%안팎로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세계 인플레이션 수치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3년에도 6.5%로 계속 높을 것이라도 예상했다
인고 피터를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 선임 경제학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며 “몇몇 국가는 올해 하반기와 2024년에 성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전에 가벼운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0.4%, 내년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0.2%, 내년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대거 완화한 중국은 올해 4.8%, 내년 4.5%로 경기 둔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올해 1.5%, 내년 1.3%, 한국은 올해 2.0%, 내년 2.5%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지난해 -3.5% 역성장했는데 올해도 -2.9%로 마이너스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도 올해 -0.8% 역성장을 예상했다.
유엔은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식량 및 에너지 위기, 치솟는 인플레이션, 각국 정부 긴축 정책, 기후 위기 등 지난해 세계 경제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올해 경제 전망이 어두운 배경이라고 짚었다. 유엔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비교해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봤지만, 금리 인상 등 추가 긴축 정책 속도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 등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유럽연합(EU), 기타 선진국 등에서 성장세가 크게 약화됐는데 이는 나머지 개발도상국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지난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한 사람들의 규모가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해 약 3억5000만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의 둔화로 저개발국의 빈곤 해소와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달성에 선진국의 투자 여력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은 단기적 아이디어나 별생각 없이 이어오던 재정 정책을 할 때가 아니라, 전례없는 시기를 맞아 전례 없는 정책이 요구된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집단적 노력을 통해 혁신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유엔은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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