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사시설 한밤에 드론 공격받아…“배후는 이스라엘”

지정학적 불안 높아지는 중동

이란 이스파한주 한 군사 시설에서 폭발이 일어난 28일 밤 11시30분께 폭발 장면이 촬영된 영상의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군사 시설이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고 배후에는 이스라엘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란 국방부는 28일 밤 11시 30분께 중부 이스파한주에 있는 군사 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이란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 산업 시설을 타격한 소형 무인기들의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지붕에 경미한 손상이 발생했다”며 “우리 방공 시스템으로 공격을 시도한 무인기 3대 중 2대를 요격했고 1대는 지붕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스파한주에는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인 나탄즈 핵 시설을 포함해 여러 핵 시설과 군사·산업 단지가 있다. 이란 국방부는 트위터에 폭발 현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 시설이 공격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비겁한 공격”이라며 “그런 행동들은 평화적 핵 활동을 진전시키려는 전문가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들은 익명의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공격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새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을 겨냥해 무인기 공격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6일 이스라엘에 방문해 이란을 비롯한 중동 현안에 대해 논의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0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29일 “이란 당국은 실패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스파한에서 발생한 무인기 공격은 경이적인 성공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이 공격이 이란의 첨단 드론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인지, 러시아와 협력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인지 추측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년 간 이란 아스파한주의 군사 및 핵 시설, 인근 산업 단지 등에서 수차례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이스라엘이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곤 했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공격이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총리 복귀 이후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첫 공격이라며 그의 재집권 이후 강경한 외교·군사 정책이 예견됐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09년부터 2021년 집권 때도 대이란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또한, 네타냐후가 복귀하며 새로 구성한 내각은 이스라엘 사상 가장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언급을 피했고,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