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프랑스에서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전국적 파업과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파리의 한 국립 고교에서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고교 문을 막고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전국적 파업이 두번째 발생했다. 파리를 비롯한 200여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31일 영국 <비비시>(BBC) 등 주요 외신들은 프랑스 8개 노동조합 단체들이 퇴직 연령을 62살에서 64살로 높이는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을 반대하며 이날 하루 파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거대 노조가 연합 전선을 구축해 대규모 파업을 하고 반대 시위에 참여한 것은 지난 1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약 100만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시위는 프랑스 주요 도시는 물론 작은 마을 곳곳에서도 발생해 시위 대응을 위해 보고된 경찰 규모만 1만1000명에 달했다.
이날 항공과 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수도권 지하철,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은 운행에 차질을 빚었고, 특히 수도 파리에선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정유 부문 노조 조합원이 다수 파업해 많은 정유소들이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교사도 절반 가까이 파업에 동참해 학교도 문을 닫았다. 파업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은 몇몇 학교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3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민들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안에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2살에서 64살로 2년 늘리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다음 주부터 국회 통과 절차를 시작하는 이 안에 유권자 3분의 2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마크롱 정부는 개혁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적자의 수렁에 빠진다는 이유에서다. 마크롱 정부는 개혁안 세부 내용은 다소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정년을 2년 늦추는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극좌파 지도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프랑스가 지금 중요한 시점에 있다”며 “두번째 파업 참여자가 19일 파업 첫 날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여론의 반대가 강렬한 가운데, 학자들은 견해가 갈리고 있다. 정치학자 브루노 팔리어는 <비비시>에 “많은 프랑스 사람들은 일하는 것이 점점 더 고통스럽다고 느낀다. 그들은 일하길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악조건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학자 필리프 아기온은 프랑 정부스가 130억 유로(약 18조원)의 구조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비시에 “개혁안은 정부가 개선해야 할 교육과 보건 시스템, 친환경 산업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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