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튀르키예 디야르바키르에 있는 한 모스크에 지진을 대피한 주민들이 모여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웨덴·그리스·이스라엘 등이 평소 껄끄러운 관계를 맺고 있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적극 원조에 나섰다. 튀르키예를 덮친 이번 대지진이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관심을 끈다.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관련해 교착상태에 빠진 튀르키예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있다며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이날 에스토니아 수도 탈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첫번째는 (지진) 상황이 진정되는 것”이라며 “그들(튀르키예)이 (회담) 준비가 되면, 우리 역시 분명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새벽 규모 7.8의 대지진이 튀르키예를 덮친 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순환의장국인 스웨덴은 참사 직후인 6일 저녁 의장국 직권으로 유럽연합의 재난대응지원협의체인 ‘통합정치위기대응’(IPCR) 회의를 소집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원을 위한 조율에 적극 나섰다. 유럽연합 내 ‘유럽 시민보호 인도주의 지원총국’(ECHO)은 이튿날인 7일 1180여명의 구조대원을 튀르키예 현지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79마리의 구조견을 포함한 수색대 25개팀과 2개의 의료팀이 신속히 파견됐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난해 5월 나토에 가입 뜻을 밝히고 절차를 진행 중에 있지만 튀르키예는 지난달 스웨덴이 코란을 태우는 등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핀란드의 가입만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나토 가입을 위해선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튀르키예 설득’이란 큰 과제를 풀어야 하는 나토 역시 튀르키예를 적극 돕고 있다. 나토는 7일 보도자료를 내어 “가입을 추진하는 초청국 스웨덴과 핀란드를 포함해 1400명 이상의 긴급 구조 인력을 튀르키예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구조견과 수색팀, 소방관과 엔지니어팀, 의료진과 지진 전문가 등을 보내고 7일부터 8일까지 애도의 표시로 조기를 내걸기로 했다.
지중해 이권을 두고 오랜 앙숙으로 지낸 그리스도 튀르키예 돕기에 합류했다. 그리스 총리실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6일 저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즉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구조대원을 급파해줘 고맙다”고 답했다.
두 나라는 나토 동맹국이지만 에게해 영유권, 동지중해 에너지 탐사권 등을 놓고 오래 갈등했다. 하지만, 2020년 에게해 지진과 1999년 튀르키예 지진 등 대형 참사 때는 서로를 돕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7일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이번에도 ‘지진 외교’를 부활시켰다. 이 재난은 두 나라가 정말 중요할 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 튀르키예 디야르바키르에 있는 한 모스크에 지진을 대피한 주민들이 모여 배고픔을 달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974년 동지중해의 섬 나라인 키프로스에서 그리스가 지원하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튀르키예는 군대를 파견해 섬 북부를 점령하고 ‘북키프로스 튀르키예 공화국’을 세웠다. 이를 빌미로 튀르키예는 섬 일대의 영해권과 경제수역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양국은 관계 회복을 위한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놓고 십수년 간 관계가 틀어졌던 이스라엘도 6일 튀르키예를 원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는 중동 내 고립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외교 관계를 회복해가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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