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도 못 뗀 채 구출된 아기 이름은 ‘기적’…입양 문의 줄이어

이름은 아랍어로 기적 의미하는 ‘아야’로 지어
병원 관리자 “친척 올 때까지 자식처럼 돌볼 것”

지진 폐허 속에서 엄마와의 탯줄이 끊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조된 아야. 누리집 갈무리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때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신생아가 시리아에서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줄을 잇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진이 일어난 지난 6일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주 아프린시 진데리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갓 태어난 여아가 구조됐다. 아기는 지진이 일어난 지 10시간 정도 지난 오후에 구조됐고, 구조 당시 엄마와 탯줄이 아직 끊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파헤치다가 먼지에 쌓인 아기를 구조하는 장면은 세계 각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부에 급속히 전파됐다.

엄마와 아빠, 4명의 언니·오빠들은 무너진 건물 입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아기만이 살아남았다. 아기의 이름은 아랍어로 기적을 의미하는 ‘아야’로 임시로 명명됐다. 아야는 아르핀의 병원으로 옮겨져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때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채 구조된 시리아 아기 ‘아야’가 7일 아르핀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야를 돌보는 소아과 의사 하니 마루프는 “아야가 (지진 당일인) 6일에 타박상, 멍에다가 저체온증으로 몹시 나쁜 상태로 와서, 숨을 간신히 쉬고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안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아기의 구출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아기를 입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폭주했다. 쿠웨이트의 한 텔레비전 뉴스 앵커는 “법적인 절차가 허락된다면, 이 아기를 돌보고 입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아기를 입양해 적절한 삶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병원의 관리자 할리드 아티아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아야를 입양하고 싶다는 전화를 수십통 받았다고 전했다. 아티아는 생후 4개월 된 딸이 있다. 아티아의 부인이 자신의 딸과 함께 아야를 돌보며 수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로써는 누구에게도 아야를 입양시키지 않을 것이다”며 “친척들이 돌아올 때까지, 내 자식처럼 돌보겠다”고 말했다.

아야의 고향 마을 진데리스는 지진으로 마을의 90%가 파괴된 상태이고, 아직 건물 잔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이 많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