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연방수사국(FBI) 연구소에서 FBI 직원들이 최근 격추된 뒤 수거된 중국 기구의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콴티코/AP 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에 이어 캐나다 상공에서도 미확인 비행체가 발견돼 격추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북아메리카 상공에서 발생한 세 번째 비행체 격추 사례로, 비행체로 인한 국제적인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1일(현지시각) 본인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 영공을 침범한 미확인 물체의 격추를 명령했고,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유콘 상공에서 이 물체를 격추했다”라고 밝혔다. 캐나다군과 미군 전투기가 캐나다 북부 지역 유콘 지역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발견해 쫓았고, 미군 에프(F)-22 전투기가 해당 비행체를 격추했다. 비행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두 번째 트윗을 통해 “오늘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했다”며 “캐나다군이 이제 이 물체의 잔해를 수거해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루 전인 지난 10일 미 알래스카주 북동부 해안 상공에서도 고고도 비행체가 발견돼 미군 전투기가 격추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알래스카주 북동부 해안 상공에서 “고고도 물체”가 발견됐고, 이날 오후 1시45분(현지시각) 전투기가 출격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체는 4만ft, 약 12㎞ 상공을 날고 있었고, 소형차 크기로 최근 격추된 중국 기구보다 작았다. 지난 4일 격추된 중국 정찰 기구는 버스 3대 크기였다. 커비 조정관은 격추한 물체의 비행 목적과 이동 경로는 불분명하다며 정찰 장비가 탑재돼 있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이후 일주일 새 북미 상공에서 3개의 비행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격추되면서 국제적인 안보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지난 4일 격추된 첫 번째 비행체의 경우 중국이 날려 보낸 기구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으나, 10일, 11일 격추된 비행체는 아직 누가 날린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추가 격추된 2개의 비행체 역시 중국이 보낸 것으로 드러난다면, 미국의 대중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이 하이난다오에 정찰기구 기지를 꾸리고, 전 세계를 상대로 대규모 감시·정찰 활동을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6일 미국 주재 40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이와 관련한 세부 정보를 브리핑했다. 셔먼 부장관은 중국 정찰기구가 일본과 인도, 베트남, 대만, 필리핀 같은 중국의 전략적 관심 지역 군사 기지 정보를 수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브리핑에는 한국 대사관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 연설에서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 고 말했고, 미 상무부는 지난 10일 중국의 정찰 기구 개발과 관련된 기업과 연구소 등 6곳을 수출 제재 명단(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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