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튀르키예 남동부 아디야만의 한 공동묘지에서 지진으로 친지를 잃은 한 여성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규모 지진의 희생자가 일주일 만인 12일(현지시각) 현재 3만3천명을 넘어섰다. 최근 20년 동안 발생한 지진 피해 가운데 여섯번째로 큰 규모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이날 이번 지진으로 숨진 이가 2만9605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쪽 사망자수 3574명을 합하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총 사망자수는 3만3179명이 된다.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전세계 지진 피해 가운데 사망자수 기준으로 여섯번째다.
이번 지진보다 희생자 수가 많았던 것은 2010년 아이티(22만2천여명), 2004년 인도네시아(16만5천여명), 2008년 중국(8만7천여명), 2005년 파키스탄(7만3천여명), 2004년 스리랑카(3만5천여명에) 뿐이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선 정확한 사상자 집계마저 어려워 실제 희생자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생존 ‘골든 타임’인 72시간을 한참 넘겨 6일 만에 살아남은 이들의 구조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파레틴 코카 보건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165시간 만에 아디야만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생존한 채 구조된 44살 나임 하님의 구조 영상을 올리고 “우리 중 한 명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남색 스웨터를 입은 어린 소녀가 구조되는 영상을 올리면서 “150시간 만에 돌아왔다. 언제나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도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 17살 소녀가 건물 잔해 속에서 159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153시간 만에 자매가 구조됐다.
또다른 문제는 막막한 재난 복구다. 무라트 쿠룸 도시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지금까지 지진 피해지역 건물 약 17만2천채를 점검한 결과 2만5천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거나 철거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 전염병, 추가 여진 우려 등 2차 재난에 노출돼 있다. 건물 잔해에 깔린 채 방치된 주검들이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생존자들이 모인 이재민촌 역시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 식수와 식량이 부족하자 약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너진 집에 들어가 귀중품을 훔치고 금고를 터는 일, 상가에 들어가 생필품을 훔치는 사례가 피해지역에서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느린 구조 상황과 피해지역의 열악한 환경에 시민들이 분노를 표하면서, 이번 사태는 책임자 처벌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세기의 재난’으로 집권 20년 만에 정권을 잃을 위기에 놓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는 약탈자들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키르 보즈다그 법무장관은 내진 설계를 하지 않은 건물 책임자 131명이 불려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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