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스의 지진 현장. AFP 연합뉴스
6일 새벽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의 사망자수가 4만1000명을 넘어서며 튀르키예 현대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재난 발생 9일째를 넘기며 본격적인 건물 철거가 시작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수도 앙카라에 있는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방문해 현재 집계된 지진 사망자수가 3만5418명, 부상자수는 10만5505명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1939년 튀르키예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사망자수 3만2968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재난이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에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국영 언론과 유엔 집계를 통해 파악한 시리아 쪽 사망자 5814명을 더하면 이번 지진으로 공식 확인된 사망자수는 4만1000여명에 이른다.
지진 발생 9일째에도 잔해 속에서 생존자가 여전히 여럿 구조됐다. 튀르키예 방송들은 14일 자정을 넘기며 아디야만에서 77살 생존자가 지진 발생 약 212시간만에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하루 동안 구조된 생존자가 9명이라고 전했다.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65살 시리아 남성과 어린 소녀가 208시간 만에 구조됐고, 카라만마르스 지역 아파트 잔해 속에서 17살과 21살 형제가 구조됐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구조 작업이 마무리 되고, 건물 철거가 시작되는 곳도 늘고 있다. 유엔은 구조에서 생존자 보호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 대표 레드 알 살레도 “시리아 북서부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이 종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급 재난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의 한 병원에서 육군 소령 베나 티와리는 “환자들이 처음엔 신체적 부상을 입고 도착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진 당시 겪었던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니세프(UNICEF)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의 수가 총 700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에게 “튀르키예 10개 주에서 약 460만명, 시리아에서 250만명 정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집계는 사상자뿐 아니라 집을 잃은 이재민, 부모를 잃은 고아, 병을 얻은 질환자 등을 모두 종합한 것이다. 엘더 대변인은 “파괴적인 지진으로 많은 아이는 부모를 잃었고, 수십만 명이 거리에서 잠을 자며 추위와 굶주림에 처해 있다”면서 “학교와 병원 등 주요 시설이 무너진 곳이 많아 어린이와 가족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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