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와인 박람회에 사람들이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포도주) 생산 업자들이 판매량이 급감하자 와인은 차라리 폐기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적포도주 판매량이 급감하자 보르도 지역 생산자들이 약 1만5천헥타르에 달하는 포도 밭 중 10%를 갈아엎고 정부가 헥타르당 최대 1만 유로(1370만원)를 보상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이들은 팔리지 않은 재고 와인을 하수구에 쏟아부을 것이고 이는 생존을 위한 조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자들의 요구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연례 와인 박람회(비넥스포)에서 52개국 약 3400명이 모인 가운데 나왔다. 보르도가 위치한 프랑스 지롱드 지역의 와인 생산업체 대변인 디디에 쿠시네즈는 현재 4000개 포도 농장 중 약 3분의 1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방송에서 “내가 좋은 와인을 만들든 나쁜 와인을 만들든, 팔 수가 없다. 사람들은 다른 것을 마시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와인보다 맥주나 탄산음료를 더 좋아한다. 우리는 현재 10년 이상 손익분기점 아래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도 농장주 약 300명은 포도 재배를 완전히 포기하고 싶다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들은 빈티지별(포도주를 만든 포도를 수확한 해) 와인 재고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과잉 생산분을 폐기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보르도의 와인 산업이 붕괴돼 8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르도 와인 생산자 대표들은 지난 주 마르크 페노 프랑스 농식품부 장관을 찾아가 정부가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페노 장관은 와인 재고 폐기 처분을 포함해 1억6천만유로(2191억원) 가량의 지원책을 약속했다.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의 와인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로 음주 방식 변화가 꼽힌다. 프랑스의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 소비량은 지난 60년 사이 3분의 2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적포도주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11월 나온 프랑스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적포도주 소비는 18~35살 연령층을 중심으로 10년 만에 32%나 급감했다. 소비량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붉은색 고기를 덜 먹는 식습관 변화, 만찬을 즐기는 가구의 감소, 혼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이 꼽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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