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의 뇌우(천둥·번개와 함께 내리는 비)가 관측됐다는 외신 보도가 17일(현지시간) 나왔다. 뇌우는 보통 건조한 극지방에서 잘 발생하지 않아,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 과학자들이 지난해 7월 북극에서 뇌우가 55분 동안 지속된 사례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우드웰기후연구센터의 제니퍼 프랜시스 수석연구원은 뉴스위크에 “뇌우가 발생하려면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필요하다. 북극에선 둘 다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AAIR에 따르면 북극 뇌우가 처음 관측된 것은 2019년 6월이다. 당시엔 40분간 지속됐다. 2021년에도 두 차례 있었는데, 각각 40분과 25분 동안 지속됐다. 시간이 더 길어진 셈이다.
북극에서 번개 횟수가 증가했다는 경고도 이미 나온 바 있다. 2021년 지구물리학 분야 유명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는 2010년∼2020년 사이 북극권 내 번개 횟수가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극점을 기준으로 690마일(약 1110㎞) 범위에서 번개의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이 범위에서 발생한 번개가, 이전 9년 동안 같은 범위에서 발생한 번개의 두 배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같은 이상기후는 북극의 대기 상태가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랜시스 수석연구원은 “북극은 지구 전체와 비교했을 때 평균기온 상승 속도가 3∼4배에 이른다. 여기에 북극을 포함해 전세계의 대기 내 수증기도 약 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런 온난화와 습도 증가가 뇌우 형성의 핵심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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