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평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넘긴 25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10차 제재에 합의한 가운데 독일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과 평화 협상 추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이날 좌파당 소속 의원 등의 주도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반대하고 평화 협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1만3천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힌 반면 주최쪽은 5만명 정도가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시위 주최쪽은 “우리는 독일 총리에게 무기 공급 확대 중단을 요구한다”며 “매일 1천명 이상의 목숨이 희생되고 있으며 우리는 3차 세계대전에 점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를 위한 반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날 시위는 좌파당의 자라 바겐크네흐트 연방의회 의원 등이 주도했다. 그는 독일 정부가 “러시아를 폐허로 만들려 한다”며 러시아에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나치 세력은 용납될 수 없지만, 진심으로 평화를 원하는 이들은 누구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바겐크네흐트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주도하고 있는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 이름을 거론할 때마다 시위대가 야유를 퍼부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학자인 콘스탄틴 슈나이더는 “물론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멍청이이지만, 우리는 협상할 거리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대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시위를 명백하게 반대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편에 서지 않는 이들은 그 누구든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편,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날 러시아의 선전 활동에 관여하는 개인과 기관 120곳과 알파은행 등 군사용 드론 제작에 관여한 3개 은행, 드론 공급에 관련된 7개 이란 기관 등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합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 순회 의장국인 스웨덴은 이번 제재가 “군사·정치 정책 결정권자들, 러시아 군을 지원하는 기업들,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 지휘관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대형 은행들과의 거래도 추가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공급해온 이란의 기업, 혁명수비대 관련 기관 등 7개 기관에 대한 자산 동결 조처도 제재안에 포함시켰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모두 110억유로(약 15조3천억원) 규모의 10차 제재안을 전쟁 1년을 맞는 24일 전에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회원국 사이의 논란 때문에 예정보다 합의 발표가 이틀 지연됐다. <에이피>는 이번 발표 지연은 27개 회원국 전체가 러시아 제재에 합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또 다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